<전문가칼럼> 틀림과 다름

세계에 77억이 넘는 인류가 살지만 그중 똑같이 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한 배에서 난 쌍둥이조차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다. 어디 생김새뿐이랴. 비슷해 보여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말하는 품새가 다르고, 하는 행동이 다르다. 그러나 다르다고 해서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상대가 내 마음 같지 않고, 말이 귀에 거슬리고, 행동이 못마땅하다 해도 틀려서가 아니라 나와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밉지 않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을 만드시고 서로 조화를 이뤄 살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요?.

흑인은 얼룩말을 보고 원래 검정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다고 말합니다. 백인은 원래 흰색인데 검정색 띠가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다 자신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또 흑인들은 검은 커피를 보고 ‘살 색’이라고 말합니다. 이 모든 말들은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 일 뿐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의 90% 정도는 이 말 하나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나와 다르게 행동 한다>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8’ 무슨 모양일까? 교통 관계자의 눈에는 주행 코스 모양으로 보입니다. 연장을 쓰는 직업군의 사람에게는 코드 모양이며, 수학자에게는 숫자 또는 무한대를 의미하는 표시입니다. 모두 다 정답입니다. 여기에 누구도 틀린 답은 없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답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중에 자주 접하는 잘못된 언어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다르다’와 ‘틀리다’입니다.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이고,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입니다. 영어로는 ‘different’와 ‘wrong’으로 표기합니다. ‘다름’과 ‘틀림’은 그 의미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너와 나는 달라’와 ‘너와 나는 틀려’ 중 어떤 표현이 옳을까? ‘너와 나는 달라’가 맞는 표현입니다. 위의 예시처럼 ‘비교가 되는 둘 이상의 대상이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는 ‘다르다’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반면 ‘사실이 그릇되거나 어긋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때는 ‘틀리다’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다름’을 써야 할 자리에 ‘틀림’을 썼을 경우, 말의 의미는 엉뚱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다름은 서로의 입장이 같지 않고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반면, 틀림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맞지 않고 그릇되고 어긋난 것을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즉, 틀림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부분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잘 구분해서 사용해야 서로 오해나 혼동 없이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구원과 상관없는 것은 비록 틀리더라도 넉넉하게 웃어넘기는 아량을 베푸는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었습니다. 분명 같은 곳을 묻는데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대답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저쪽 코너에 호프집이 있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포장마차가 보여요. 거기서 300m 직진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엔 목사님에게 길을 물어봅니다. “거기 교회를 지나서 100m 가면 2층에 교회가 보이고요. 그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됩니다.”

 

사람들에게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뭐라고 말할까요.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이나 신부님은 ‘십자가’라 할 것이고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할 것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그들의 말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를 비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외면하거나 비판으로 틀림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입니다. 그러니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하지 마십시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지혜를 나와 다른 상대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끝으로 명언 한 토막 소개해 드립니다.

남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라.” -존 그레이 –

 

김기평교수 (gpkim@dju.kr)

GP Kim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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