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처럼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시절도 드문 듯하다. 그만큼 공사조직을 막론하고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저마다의 조직목표 달성과 생존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변화와 혁신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향상에 있다고 볼 때 조직 구성원의 역할과 성과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무라야마 노부루’는 조직내의 인간형을 4가지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쉽게 풀어 살펴보자. 첫 번째로 ‘삶은 개구리형’이다. 이는 차가운 냄비 물속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가 냄비에 서서히 가해지는 열로 물이 조금씩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결국 삶아져 죽고 마는 것처럼 조직 내외의 환경변화에 둔감하여 조직에서 도태되어 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두 번째는 ‘민들레형’이다. 한 직장에 적응하여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 곳 저 곳을 떠도는 인간형이다. 정년이 보장된 공공조직에서는 재직은 하되 직무에 속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늘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유형도 여기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다나카형’이다. 이는 학벌도 없는 평범한 회사원 출신으로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처럼 자신의 직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 끊임없는 노력으로 어느 한 분야의 장인이나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유형이다. 네 번째는 ‘피카소형’이다. 자신의 그림 스타일을 여러 차례 바꾸어 나간 끝에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만들어 낸 변화를 스스로 주도해 나가는 인간형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인간형은 어떤 것일까? 현대의 모든 경영조직에서는 다양한 현장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갖고 자기의 직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축적되는 살아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더 소중하다. 그리고 변화를 감지하고 변화되는 환경이 요구하는 역량과 행태를 스스로 쌓고 변화시켜 나가는 주도적인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GE의 전 회장이었던 잭 월치가 후임 회장을 선임할 때의 이야기는 진정 필요한 인재와 리더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시사해 준다. 잭 월치 회장이 후임 회장을 누구로 낙점하는 가는 당시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경제, 금융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평소 예상되는 후계자 군으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제프리 이멜트’가 후계자로 선임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거의 무명에 가까운 그를 지명한 이유를 묻자, 잭 월치는 첫째는 제프리 이멜트가 변화를 추구하는 마인드를 가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다국적 기업의 총수를 선임한 기준치고는 너무 싱겁지 않은가? 그러나 호기심이 없으면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시장에서 자사 상품의 판매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니 기업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호기심과 변화와 혁신의 마인드를 갖춘 그에게 대권을 넘겨준 것은 정말 혜안의 기준이 아니었나 싶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볼 수 있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직무에 대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질 때 더 높은 역량을 축적하고 애정과 자부도 커지게 된다. 그 때 나 자신은 어느 덧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칼럼리스트 김기평(gpkim@dju.kr)